제 1題입니다.
테니스의 왕자 패러디, 커플링은 <테즈카 쿠니미츠X후지 슈스케>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마이너 취급을 받는 후지 총수(..)입니다만, 마냥 좋은 것을 어쩝니까oTL
폭격 날개외 FBI 3분의 연합 후지 총수 홈피인 삼다수(..) 개장 축전으로 보내려는 녀석입니다.
네,네-. 결론은 부장님이 노인네 취향이라는 것:D(틀려)
제 1題 - <1월 1일 AM 1:11>
“새 해는, 꼭 좋아하는 사람이랑 맞이하고 싶다- 이거지.”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을 곧게 추켜세우고, 에이지는 제법 똑 부러지는 말투였다.
그러나 동그란 눈이 반쯤 감겨 있고, 뺨이 발그레- 하게 달아있었다.
“에, 그럼 지금 에이지 선배가 좋아하는 사람은 우리 부원들?”
유리잔에 3분의 1쯤 남은 맥주를 휘휘 저으며 대꾸하는 모모시로의 발음도 꼬여있었다.
“...모모 바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젓가락을 입에 문 채로 에이지가 중얼거렸다.
에이지와 마주보고 앉은 모모시로는, 없는 정신에도 용케 그 말을 알아듣고는 목청을 높였다.
“내가 뭘요-!!”
“다른 사람 다 좋아도 모모는 싫다, 뭐-!”
작정을 한 건지 혀까지 내밀며 되받아치는 에이지는 기세등등, 그 자체였다.
기세등등한 에이지의 태도에, 제대로 걸려든 모모시로는 귀까지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런 에이지의 옆으로, 넋이 나간 듯 벽에 기대어 앉은 오오이시는 끊임없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시끄럽..잖아, 에이지...모모도..!!..에이지, 내가 후배..놀리지 말랬는데-. 에이지 그러면 안된다니까...대체 왜 내 말들을 안 듣는 거지..그러지 말랬잖아..대체 왜 그래....”
오오이시는 고개까지 설레설레 내저었다.
그러나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에이지와 모모시로는 다시 서로에게 면박 주기에 열을 올렸다.
오오이시의 맞은편에 자리한 에치젠은, 이미 테이블에 팔을 괸 채 늘어져버렸다.
숙여진 고개와 다 감겨가는 눈을 한 채로도, 모모시로와 에이지의 대화를 듣고 있다.
갑자기 고개를 치켜들고 멍한 눈으로 오오이시를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떨구고는,
“..아직...도.....멀었....어....”
...라고.
“..청초의 생명은 정확한 비율의 배합에 있는 거지. 가령, 블루하와이를 적절하게 배합하지 않으면 청초다운 색이 나오질 않는다는 거다. 게다가 청초는 영양적인 면에서 패널티나 야채즙보다 훨씬 나으니까 말이지-”
카운터 쪽에 카이도와 자리를 잡고 앉은 이누이는, 말을 맺으며 테이블 위에 놓아 둔 노트를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두들겼다.
무릎에 양 손을 모은 가지런한 자세로 이누이를 마주보고 앉은 카이도는, 이누이의 말 한 마디가 끝날 때마다 고개를 힘차게 끄덕거렸다.
그런 카이도가 대견스러운 듯, 이누이는 노트를 두들기던 손으로 카이도의 머리를 두어번 토닥여 주었다.
-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테즈카는 그 자체로도 머리가 아파왔다.
팔짱을 끼고 있던 손을 풀어, 지끈거리는 앞머리에 갖다 대었다.
대체, 카와무라의 가게를 빌려서 송년회를 하자던 건 누구의 의견 이었던가-.
“..테즈카, 어디 불편해?”
앞머리를 받치던 손을 떼고 고개를 들자, 쟁반을 들고 선 카와무라가 보였다.
아니, 라고 짧게 내뱉었다.
카와무라의 쟁반 위에는 컵이나 그릇, 행주 따위가 올려져있었다.
테즈카의 시선을 눈치 채고는, 뒷머리로 손을 가져가며 웃어보였다.
“하하, 조금 치우려고. 다들 파장 분위기잖아.”
“그래.”
“..아, 후지는?”
카와무라가 고갯짓으로 비어있는 옆자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화장실.”
고개만 끄덕끄덕, 하더니 카와무라는 이내 옆 테이블로 걸음을 옮겼다.
테즈카는 후지가 들어간 화장실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올 때가 되었다만.
손등으로 안경을 추스르는 사이, 후지가 느릿한 태도로 문을 열고 나왔다.
평소의 곧은 자세가 아닌, 한 쪽 어깨가 비스듬히 쳐져 있는 모양새였다.
그렇게 자리까지 돌아온 후지의 앞머리에, 아직 물기가 남아있었다.
“..세수했나.”
“아, 어떻게 알아?”
“..글쎄.”
테즈카는 손을 뻗어, 젖어있는 후지의 앞머리를 가볍게 매만졌다.
차갑고, 젖은 감촉이 손끝을 미끄러지듯 스쳐지나갔다.
제 손으로 흘러내린 머리칼 몇 가닥을 귀 뒤로 넘기던 후지는, 고개를 숙인 채 낮게 웃었다.
머리칼에 가려져있던 귀 끝이 제법 발갛게 달아있음을, 테즈카는 그제야 눈치 채었다.
..후지 슈스케, 취했다-.
“테즈카, 나 물 좀.”
“..취했나.”
“조금은 그런 것 같은데.”
테이블에서 새 컵을 찾아 후지의 앞에 놓아주고, 테즈카는 반 쯤 차게 물을 따랐다.
숙인 고개 그대로, 시선만으로 테즈카를 올려다보던 후지가 물었다.
“그래서, 싫어-?”
“글쎄다.”
“헤에-.”
어눌하게, 끝을 늘여 내뱉는 말투가 낯설었다.
더불어 저렇게, 눈을 내리깔고 입술을 비죽이는 새침한 모습도.
테즈카는 아무 말 없이, 물 컵을 후지의 손에 쥐어주었다.
컵을 양 손으로 쥔 후지는, 한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다 마시고 비어버린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다가, 후지는 에이지네 테이블을 치우던 카와무라와 눈이 마주쳤다.
“타카상-.”
눈 꼬리를 가늘게 접어 나른하게 웃어보이다가, 이내 손을 흔들었다.
어린아이마냥 곧게 편 손가락으로, 좌우로 두 번씩.
그런 후지의 옆에 앉아있는 테즈카와 눈이 마주치자, 카와무라는 습관처럼 뒷머리에 손을 가져가며, 어색하게 웃어버렸다.
한숨이 목 끝까지 밀려오는 테즈카의 소맷자락을, 후지가 가볍게 잡아당겼다.
“나, 집에 가고 싶은데-.”
“..조금 있으면 다 같이 갈 것 같다만.”
“얼른-”
소맷자락을 놓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버리는 후지의 너머로, 벽에 걸린 둥근 목재 시계가 보였다.
11시 58분-.
테즈카는 잠자코 일어서서, 옷걸이에서 자신의 재킷과 후지의 코트를 내려 팔에 걸쳤다.
코트를 후지에게 건내어 주고, 자신은 재킷을 챙겨 입었다.
신발을 바르게 고쳐 신고 문을 여는데, 카운터 자리에 앉아있는 이누이와 눈이 마주쳤다.
테즈카는 고개만 작게 끄덕이고, 후지를 앞세워 가게를 나왔다.
11시 59분-.
「새 해는, 꼭 좋아하는 사람이랑 맞이하고 싶다- 이거지.」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바람에 손끝이 시렸다.
숨을 들이쉬자 시린 공기가 차갑게 폐 속을 찔러왔다.
지릿-하게 아픈데 어쩐지, 청량한 기분이 들었다.
테즈카는 얕은 숨을 들이 마시고, 앞서가는 후지의 등을 바라보았다.
두 걸음 하고도 조금 더, 떨어져서 걷는다.
갑자기 앞서 걷던 후지가 뒤를 향해 몸을 돌리고 섰다.
덩달아 테즈카도 걸음을 내딛다 멈칫, 한다.
마주 보고 선 후지는 미간을 언밸런스하게 찌푸린 채, 불만 섞인 말투로 내뱉었다.
“...추워.”
“.........”
후지는 눈을 가늘게 뜬 채로, 테즈카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가로등 불빛에 머리칼이 조금 더 붉어지고, 바다색 코트의 색이 더 짙어졌다.
“나, 춥다니까?”
그 자세 그대로, 어쩐지 답지 않게 멍한 얼굴로 지켜보고만 있는 테즈카에게 후지는 양 손을 내밀었다.
코트 밖으로 내 놓은 손끝이 빨갛게 변해있었다.
후지의 손끝과 얼굴만 번갈아 쳐다볼 뿐, 여전히 반응이 없는 테즈카를 앞에 두고 후지의 표정이 점점 더 좋지 않게 변한다.
“...후지, 너-”
“그래, 나 뭐!!”
내민 손을 다시 아래로 늘어뜨리고, 후지는 테즈카의 말끝을 가로채버린다.
끝이 빨갛게 변한 손을 들어 붉은 색이 짙어진 머리칼의 끝자락을 두어번 쯤 만지작거렸다.
그제 서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뒤늦게 눈치를 챈 테즈카가 낮은 웃음을 터트렸다.
주먹 쥔 왼 손을 들어 입가를 가리고서, 고개를 숙인 채로.
...후지 슈스케, 지금 완전히 취했다-.
헛기침을 내뱉고는 웃음을 삼킨 테즈카는, 부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후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왼 손으로 후지의 어깨를 끌어당겼다.
왼 쪽 어깨에 후지의 뒷머리가 완전히 닿을 때까지 당겨 안은 다음, 후지의 오른 손은 코트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왼 손도 시린데.”
“알았으니까.”
테즈카는 자신의 왼 손을 후지와 맞잡고서, 후지의 코트 주머니 안으로 맞잡은 손을 집어넣었다.
“..이제는 좀 괜찮은 건가.”
“글쎄, 아직은 그다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후지는 테즈카 쪽으로 좀 더 몸을 기대어 왔다.
후지가 어깨 깊은 쪽으로 뒷머리를 기대어, 귓가에 후지의 머리칼이 닿는 것이 느껴진다.
테즈카는 또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목 끝에서 간신히 삼켰다.
-이런 어린 아이 같은 면이 다 있었다, 후지 슈스케에게.
“..테즈카-”
“불안하다, 그렇게 부르면.”
끝을 조금 늘여, 어눌하게 부르는 이름은 여전히 낯설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대답은 안중에도 없이, 후지는 여전히 마이 페이스.
“테즈카-.”
“술이 너무 과했나 보군. 다음부턴, 적당히 하는 게 좋겠다.”
“..그래서, 싫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테즈카는 고개 한번 숙이지 않는다.
“글쎄다.”
“그래서, 사실은 어떤데-?”
“..그다지 좋지는 않다.”
후지가 고개를 숙여 발끝을 쳐다본다.
그리고는 작게 웃는다.
특유의 낮고, 가벼운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다지, 좋지는 않다.”
딴에는 비슷하게, 후지는 테즈카의 대답을 되뇌어 본다.
아직 웃음기가 어린,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다지, 좋지는 않다.’ 라고.
뒷머리를 다시 테즈카의 어깨 깊이 기대며, 후지가 말한다.
“..거-짓말.”
맞잡은 왼 손으로, 후지가 손가락을 장난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진다.
바람이 불어 머리칼이 헝클어지고, 후지는 주머니에서 오른 손을 꺼내 그것들을 정리했다.
귀 뒤로 머리칼을 넘기면서, 후지는 웃음기가 배인, 나지막한 소리로 내뱉는다.
“거-짓말. ..그렇지?”
아래로부터 마주해 오는 바다색 눈동자에, 테즈카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웃음기 어린 곧은 시선을 따라 그대로 고개를 숙여, 테즈카는 선이 매끄러운 이마부터 천천히 숨을 불어 넣었다.
가느다랗게 토해내는 숨 끝에서 테즈카는 어눌하게, 끝을 늘여 말을 내뱉던 후지의 입술을 기억해냈다.
오른 손을 들어 후지의 뒷머리를 그러안았다.
가볍게 머리칼을 쓸어내리는, 떨리는 손끝에는 색이 옅은 머리칼이 차갑게 와 닿았다.
..마지막 숨이 교차하는 한 순간, 테즈카는 후지가 목 끝에서 나직한 웃음을 삼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pilogue- 1월 1일 AM 1:11]
"-테즈카 쿠니미츠입니다.“
「-뭐 하고 있었어, 테즈카?」
“..아직도, 안 잔 건가.”
「흐응, 그러는 테즈카도 안자고 있는 걸.」
테즈카는 누워있던 몸을 반 즈음 일으켜 세웠다.
오른 쪽 팔꿈치로 몸을 지탱하고, 왼 손으로 휴대폰을 고쳐 받았다.
카와무라의 가게에서부터 휴대폰 벨소리를 진동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덕분에 집안의 어른들을 깨우는 일이 없게 되어 다행이지만.
침대 머리맡에 벗어둔 안경을 집으려고 손을 뻗는데, 후지가 정확히 그것을 저지했다.
「아, 테즈카. 혹시 지금 안경 도로 쓰려는 거 아니지?」
“..........”
이런 데서만 조금도 예외가 없다, 정말로.
「조금만 참고, 눈 감아 봐.」
“...........”
「..귀찮아하지 말고, 눈 감으라니까.」
잠들기 전의 테즈카는 긴장이 풀어져, 답지 않게 동작이 느려진다는 것을 후지는 잘 알고 있었다.
전화기 너머의 후지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만, 얕은 한숨을 내뱉은 테즈카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으며 마지못해 눈을 감았다.
후지가 두어번 즈음, 헛기침을 내뱉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지막으로는 짧게 숨을 고르는 소리가.
「..지금은 1월 1일 오전 1시 11분.」
「언제나 나의 처음인 테즈카에게, 테즈카의 처음인 내가 전해주는 거야.」
「....후지 슈스케의 마음을.」
「올 한 해도, 나는 테즈카의 처음이 되고 싶어.」
「테즈카의 처음은 모두 내가 가졌으면 좋겠어.」
「그치만 가장 오래도록 바라는 건 말이지-」
「-언제나 테즈카가 나의 처음이 되어주는 것.」
........후지?
후지는 제 할 말만 마친 채, 여운을 남길 새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테즈카는 일방적으로 끊겨버린 전화를 귓가에 대고, 한참을 망설였다.
-이거,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시 후,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테즈카는 창가 쪽으로 다가가 닫혀있던 커튼을 활짝 열었다.
노랗게 시려오는 달빛이 방 안에 가득 들어찼다.
성애가 어린 차가운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테즈카가 말했다.
“..달이 참 밝다, 슈스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