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나는 얼마나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애써왔는지 모른다.
처절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믿고 있었으니까.
내가 나를 구원할 수 있다고.
나 말고 다른 누가 '나'를 '구원'할 수 있을까,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져 버렸다. 지친 게 아니라, 정말 진 거다.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나를 구원할 수 없다.
나는 벗어날 수 없다.
나에게 달린 이 두 발로는 이 곳을 벗어날 수 없다.
내게 이 두 발을 만들어 준 사람은, 그러나 내게 걸을 자유는 주지 않았다.
잔인한 일이다. 잔인한 일이다. 잔인한 일이다.
친구에게 말했다.
기어서 나가는 건 쪽팔리니까 할 수 없다고.
진심이야. 그 따위, 가능할 리가 없어.
쪽팔리게 긴대도, 나갈 수 있을리가 없어.
이 팔도, 그 사람이 만들어 준 거니까.
분명 나는 몸이 있다. 그 사람이 만들어 주었으니까.
그러나 나는 나를 구원할 수는 없다.
그런 건, 만들어 주지 않았나 보다. 웃긴 일이다.
나를 만들었고, 나는 시키는 대로 뭐든 한다.
그는 나에게 있어 '신' 일까.
어떤 의미에서는 절대적인 존재겠지. 거역할 수 없으니까.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졌으니까, 이제 스스로 일어설 수 없다는 걸 인정한 셈이니까, 더는 노력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다리기로 했다.
나는 구원해 줄, 어떤 '신'을.
친구가 나에게 있어 '구원'이 무엇인지 물었다.
말 그대로 구원. 구해주는 거.
나를 데리고 떠나주는 것, 이라고 대답했었다.
예전의 나라면 비웃었겠지.
혼자 떠나면 되는데, 왜 남이 도움을 받느냐고.
자신을 구원할 수 없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누군가를 위한 구원을 이룰 수 있느냐고.
좋은 때였다. 오만하고 착각 가득한 존재였지만, 나는 그 것이 옳았다고 믿는다.
패배를 인정하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나는 졌다.
세상 어딘가에 있기는 할까.
자신도, 남도 구원할 수 있는 '신'이.
나를 데려가 줄까.
먼저 와서 손을 내밀어 줄까.
한 눈에 알아보고, 따라오라고 말해 줄까.
내게 걸을 수 있는 새 다리를 줄까.
기어나가지 않을 수 있도록 안아줄까.
인간은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다.
비록 인간으로 존재하더라도, 구원을 이루는 동시에 그는 '신'이 되는 거다.
적어도 구원 받는 그 누군가, 에게는.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
너는 그를 이길 '신'이 될 수 있어?